#2. 지속가능한 두 개의 정책 : 사회적경제와 창조경제
강원재(OO은대학 1소장)
사회적 경제/창조경제
이런 말이 있잖아요. 90%가 힘든 사회는 10%도 힘든 사회다. 90%가 힘들면 사회의 긴장감이 올라가잖아요. 더 고도의 관리술이 필요해지는 거예요. 10%는 또 언제 90%로 떨어질지 모르니까 불안하죠. 이 상황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이 나왔죠. 그 둘 중 하나가 창조 경제, 하나가 사회적 경제예요.
1 섹터는 국가와 공공 영역
2 섹터는 기업, 자본이 활동하는 경제 영역
3 섹터는 NPO, NGO. 시민 단체들이 활동하는 영역이라고 해요. 국가와 기업과 시민단체. 이것이 하나의 사회를 구성하고 움직이는 경제영역이에요.
4섹터. 사회적 경제는 시민사회를 기반으로 해서 3섹터 경제라고도 하고, 전 섹터를 아우르기 때문에 4 섹터 경제라고도 해요. 보통 북유럽 쪽에서는 4 섹터라고 하고, 대체로는 3 섹터 경제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창조경제
창조 경제는 기본적으로 제2 섹터 경제에요. 창조 경제는 박근혜 정부가 굉장히 많이 얘기하고 있죠, 창조경제 혁신지구와 센터들도 많이 만들고 있고요. 그런데 창조 경제는 박근혜 정부가 먼저 얘기한 게 아니에요. 역사가 오래됐죠. 90년대부터 시작됐어요. 호주에서 1994년에 ‘창의 국가 보고서’라는 것이 나오기 시작해요. 호주에서 여러 연구진이 연구하니까 ‘지금 이 상태로 가다가는 50년 이내에 현재 직업의 90%가 없어진다’는 결과가 막 나왔거든요. 실은 진짜 그래요. 지금도 없어지는 직업이 많아요. 전통적인 직업이 사라지는 속도를 새로운 직업이 만들어지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거죠. 일할 직군 자체도 많이 없어지고 있죠. 그럴 때 ‘창의 국가’ 라고 해서 직업군을 굉장히 많이 만들어내려고 한 거죠. 그래서 호주에서도 90년도에 ‘우루과이라운드의 협상이 체결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대해 세계적인 경제 전문가들이 연구했던 거고요. 그러면서 나온 정책이 사회적 경제와 창조 경제 정책이에요.
창의 영국, 창의 도시, 창조 계급, 창의 한국, 창조 경제, 창의 미래까지 쭉 이어져요. 창의 도시는 찰스 랜더리가 얘기하고, 리차드 플로리다가 창조 계급을 얘기하면서, 어떤 도시가 잘 살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사람들이 많이 활동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해요.
우리나라는 경제 정책이 아니라 문화 정책으로 먼저 2004년에 ‘창의 한국’이라는 문화정책을 만들었어요. 이창동 문화부 장관이 장관 집무실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창의 한국이라는 굉장히 두꺼운 책을 만들어냈죠. 그때 엄청나게 많은 연구자, 전문가들을 불러서 이 한 권을 일 년 육 개월 동안 집필했어요. 그런데 이것이 어느 순간 보이지 않게 되었어요. 이대로 하면 안 된다고 그 다음 정권들은 생각했던 모양이에요. 그런데 이미 창의 한국 안에 마을 만들기라든가, 사회적 경제라든가 하는 것들이 다 들어갔고, 굉장히 잘 만들어진 책에예요. 그리고 2014년에 드디어 미국도 창의 미래라는 국가보고서를 만들기 시작했죠.
사회적 경제 영역
사회적 경제는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벨기에 폴란드, 영국, 한국에 이르기까지 쭉 퍼져나갔고요. 이탈리아 같은 경우는 사회적 경제 규모가 상당히 크죠. 이탈리아는 91년부터 사회적 경제 영역에 대한 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치기 시작하죠. 빨랐죠. 이탈리아에서는 농업과 관광 위주로 산업이 이루어지니까 더 위기 의식이 컸을 거예요. 그래서 자유 무역을 가능하게 만들긴 했지만, 사회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호한 거죠.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들을 보호하는 방식을 고민하니까 협동조합이 있는 거고, 더해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고용하는 기업을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남겨둔 거죠.이 나라 사람들은 슈퍼나 매장 갈 때, ‘콥’ 간다고 해요.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슈퍼인데, 심지어 홈플러스보다 커요.
그런데 이것이 2섹터와 3섹터 경제라고 했잖아요. 목적이 약간 달라요. 창조 경제는 전체적인 부, 사회적 경제는 공동의 부를 목표로 하죠. 조금 다르죠. 뭐가 다를까요? (이익을 키웠을 때 어떻게 분배 되느냐가 다른 거 같아요. 2섹터는 이익이 1:9가 될 수도 있잖아요. 3섹터는 그걸 고르게 잘 분배할 수 있게 하는 거 같아요)
2섹터는 부의 총량만 커지면 되는 거예요. 3섹터는 공동의 부가 올라가는 거예요.
창조경제는 전체적인 부만 키우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창조경제는 국민총생산량이 올라가는 게 중요한 거고, 사회적 경제는 행복지수, 지속가능성 지수, 삶과 미래 균형지수 이런 게 중요한 거예요.
사회적 경제는 국민 총 생산량이 올라가도 행복 지수가 낮아지면 좋은 현상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거죠. 그래서 창조 경제는 전체 선을 통해서 이윤을 극대화한다는 거고, 사회적 경제는 노동 환경도 개선하고 삶의 질도 개선하고 환경을 생각하고 윤리적이고 공정한 생산과 유통을 생각한다는 거죠. 그래야 행복 가능성, 지속 가능성, 삶과 질의 균형 지수가 올라가니까. 그래서 창조경제와 사회적 경제는 서로 전략이 달라요. 창조 경제는 고용을 확대하고, 사회 통합을 하겠다는 것 등이 전략이죠. 사회적 경제는 지역 고용과 좋은 일자리 창출, 지역 제품 구매, 지역 공동체 협력 촉진, 노동 환경 개선 등이 전략이에요. 그래서 창조 경제는 GDP, ‘얼마만큼 생산했는지’ 가 중요하면, 사회적 경제는 GNH, ‘얼마만큼 행복한지’ 를 중요하게 여겨요.
이걸 종합해서 보면 두 개의 지속 가능한 정책이 있는 거예요. 하나는 2섹터 영역인 창조 경제, 하나는 3섹터 영역인 사회적 경제. 어떤 이들은 사회적 경제를 제4 섹터라고 이야기하기도 해요. 국가, 시민, 영리 세 개가 같이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뭐냐면, 화면을 보면 왼쪽이 창조 경제 기반이 되는 창조 산업의 영역의 예로 건축, 전통문화, 디자인, 영상 등등이고요. 오른쪽을 보면 사회적 기업 영역의 예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 건축, 전통문화, 여행 등등 하위 영역에 속하는 기업들이 무언가에 의해 어디는 창조 경제로, 어디는 사회적 경제 영역으로 나뉘는 것이죠. ‘그러면 그 무언 가로 인해 창조 경제 영역과 사회적 경제 영역이 만날 수 있는 지점들이 있겠고, 제2섹터, 3섹터라고 분류하고 있는 이 섹터들이 만날 수 있는 지점이 있을 수도 있겠다!’하고 오랫동안 학자들이 이런 연구를 해온 거죠. 그리고 연구 결과 그 매개는 사회적 기업이나 경제 조직 분류 영역 속의 성격들이었던 거예요. 그럼 그 사이에 무엇이 있었을까요? 바로 ‘사람과 기술’이에요. 사람과 기술이 이 두 영역을 이으면서 넘어가게 하는 요소였던 거죠.
사람과 기술
그러면 ‘사람과 기술’을 한 번 볼까요? 사람과 기술이 만나서 문화를 일으킨다. 당연하죠. 문화라는 것은 사람이 기술을 다루면서 생겨나는 거예요. 그렇겠죠? 놀이하는데도 기술이 필요한 거고 공부를 하는데도 기술이 필요한 거고 다 기술이 필요한 거예요. 사람들이 그 기술을 다루면서 문화가 생겨나는 것이죠.
우리가 모인 건 술래학과죠. 술래학과는 지역에서 함께 살림살이를 살피며, 지역의 문제를 같이 해결해가면서, 그 과정을 통해 공동의 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에요. 이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등장하는 것이 문화라는 거죠. 보통 사회적 경제 조직을 보면 문화가 달라요. 잘되는 곳들을 보면요. 창의적이기도 하고, 더 많은 소통을 통해 일을 해나가는 문화적 장치들이 있어요. 기존에 있었던 산업시스템에서는 경쟁을 통해 보다 빨리 선취하고, 보다 많은 부를 창출하려는 기업과는 다른 방식의 문화를 창출해가고 있죠. 여행하더라도 그 여행을 통해 지역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공정여행을 한다든지. 음식 창업을 한다 해도 로컬푸드를 기반으로 지역의 농가들과 상생하는 기업을 운영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조금 다른 문화들을 만들어가는 거죠.
사람이라고 이야기할 때 휴모스, 보통 호모라고 이야기하죠. 보통 사람은 호모, 디모스, 파퓰러스로서 정의될 수 있어요. 호모(humus)라는 것은 땅에 발을 딛고 살아나가는 사람들을, 그리고 디모스 데모크라시 이야기할 때의 디모스(demos)는 보통 민중을, 그리고 파퓰러스(paplus)는 대중을 의미해요. 그래서 사람이란 존재는 땅에 발을 딛고 살아나가는, 서로 소통하면서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그리고 보편적 인간으로 살아가는 존재를 나타내죠.
기술은 아르스, 테크네, 포에시스를 어원으로 하는 데, 각각마다 성격이 달라요. 참 재미있어요. 아르스(ars)는 아트의 기원이 되는 방법, 테크네(techne)는 시를 짓는 방법, 포에시스(poesis)라는 제작술 역시 시를 짓는 방법을 나타내요. 그리고 테크네(techne)라는 어원은 테크놀로지(technology)를 파생시키죠.
인간이 ‘기술’을 다루면서 ‘문화’라는 게 생겨나요.
그 문화는 쿨트라(cultra)와 씨비타스(civitas)로 표현됐어요. 콜트라는 농사짓는 것, 씨비타스는 씨빌리제이션(civilization) 문명의 어원이죠. 보통 도시라고 이야기할 때는 고대 그리스에서는 폴리스(polis)라고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왜 씨타스가 마을일까. 폴리스는 성 안의 범위를 의미해요. 보통 성 안에서는 농사를 짓지 않아요. 폴리스는 위정자들이, 정치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죠. 물론 시를 짓는 사람도 살고 글을 쓰는 사람, 예술가들, 철학자들도 얹혀살았지만 농사짓는 사람이 살지는 않았죠. 대부분의 민중은 성 밖에서 마을을 이루고 살았고 그것이 시비타스(civitas)에요. 이렇게 문화는 그 자체로서 농사와 마을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인간이 기술을 가지고 자연에 작용하면서 만들어진 게 문화인 것이죠.
그리고 이 ‘문화’는 그 시대의 취미와 미의식, 미적 경험이자 표현 양식이에요.
즉 문화는 그 시대의 미적 의식인 거죠. 그 당대 사람들의 표현 양식이라고 문화를 정의하거든요. 그렇게 정의되는 것 같죠? 그리고 문화는 다양성, 공생, 공진화, 생태계를 만들면서 다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게 되는 순환적 흐름을 가져요. 그래서 우리는 일과 놀이와 공부 안에서 또 다시 문화를 작동 시키게 되는 거죠.
[술래학과] 1강 술래의 시작#2의 사본